일본에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풍습과 상식. 일본인이라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례도 꽤 많다.
이번에는 과거에 소개한 기사 중에서 외국인 뿐 아니라 ‘일본인도 오해하기 쉬운 일본에 관한 상식’ 네 가지를 소개하겠다. 모두 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자가점검을 해보기 바란다.
[상식1] ‘힛코시 소바(이삿날 먹는 메밀국수)’는 내가 먹는 게 아니다!?
일본의 전통풍습 중 하나인 ‘힛코시 소바’. 구미인들은 “이사와 면을 연관 짓다니 참 희한한 나라야!”라고 놀라지만 매크로밀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절반 이상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힛코시 소바의 정확한 의미는 ‘이사 간 곳의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메밀국수를 나눠주는 풍습이 생긴 것은 에도시대다. ‘무코우산겐 료도나리(우리 집 맞은 편 세 집, 좌우로 두 집)’이란 말이 있듯이, 이웃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던 에도의 서민들이 이사간 곳에서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나눠주게 된 것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
힛코시 소바가 퍼지기 전까지는 팥이 들어간 죽이나 떡을 나눠줬지만, 당시 팥은 값비싼 고급품이었다. 때문에 ‘좀 더 저렴한 게 없을까?’, ‘이사 기념으로 나눠주기에 너무 과한 거 아닌가’라는 서민들의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그 대체품으로 확산된 것이 메밀국수다. 메밀국수는 당시에도 대중적인 음식으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어 좋다는 점에서 널리 보급되었다. 참고로 메밀국수를 건 낼 때는 ‘국수 면발처럼 가늘고 길게 오래 사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도 한다. 멋스럽고 센스가 있는 에도인다운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상식2] 연말 대청소 날은 12월 31일이 아니다!
다음은 연말 ‘대청소’에 관해서다. 1년간 묶은 때를 씻어내기 위해 연말의 장기휴가를 활용하여 집안청소에 여념이 없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대청소는 12월 13일에 하는 것이 맞다. 도대체 그 이유는 뭘까…?
대청소란 12월 궁중에서 필수적으로 하던 행사 ‘스스하라이(천장의 그을음과 마루 밑의 먼지까지 떨어내는 대청소)’가 그 유래다. 일년 중 쌓일 대로 쌓인 그을음을 떨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의 신을 맞이하던 행사가 원형이다.
그리고 에도시대에는 이 스스하라이를 ‘모노이미’를 시작하는 12월 13일에 했다고 한다. ‘모노이미’란 재앙을 피하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 몸을 정화하고 외출을 삼가는 것을 말한다. 즉 에도시대 사람들은 1년 동안 묶은 때, 부정한 기운을 몰아내고 집도 몸도 깨끗하게 정화한 상태에서 새해맞이 준비를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대청소란 집안을 깨끗이 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새해의 신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였던 것이다. 그러니 연말, 그것도 섣달 그믐날에야 겨우 대청소를 시작한다는 것은 알고 보면 신의 노여움을 살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상식3] 일본인의 소울푸드 ‘니쿠자가’의 뿌리는 해외에 있었다?
지금부터는 일본인들의 소울푸드에 관한 상식 중 오해하기 쉬운 두 가지를 소개하겠다. 우선 ‘니쿠자가’다.
일본의 대표적인 엄마표 반찬 ‘니쿠자가’. 그 기원은 알고 보면 영국에 있었다. 일본의 ‘니쿠자가’의 탄생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현재는 러일전쟁에서 발틱함대를 격파한 해군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에 유래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1870년부터 1878년까지 영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던 도고는 현지에서 먹은 비프스튜의 맛을 잊지 못해 군함의 요리장에게 비프스튜를 만들도록 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요리장, 데미글라스 소스를 먹어본 적이 없어 눈 앞이 캄캄해졌다고. 고민 끝에 ‘쇠고기, 당근, 양파, 감자’라는 재료의 힌트만으로 만든 것이 설탕과 간장으로 졸인 니쿠자가였다고 한다.
[상식4] ‘히야시추카’는 중국에서 생긴 요리가 아니다!?
여름철 별미인 ‘히야시추카’. ‘추카(중화)’라고 해서 중국에서 생긴 중국요리인줄 알았는데 일본에서 탄생한 중국식 면요리였다! 여러 설이 있지만 ‘히야시추카’가 탄생한 것은 1937년. 센다이에 있는 ‘류테이’라는 중국음식점의 창업자 시쿠라 요시오가 개발했다고 창업자가 남긴 자료에 기록되어 있다. 당시는 ‘량반멘(냉반면)’이라는 이름으로 팔던 이 메뉴는 여름철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개발된 요리였다.
당시 중국음식점은 지금과는 달리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중국요리는 느끼하고 뜨겁다는 이미지가 강해 여름만 되면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매출이 심각하게 떨어진 데 위기의식을 느낀 시쿠라 씨는 더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면요리 개발에 착수했다. 여름철에 더위를 먹지 않도록 채소를 듬뿍 넣고 식욕이 증진되도록 신 맛을 더해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완성한 것이 ‘히야시추카’였다. 즉 히야시추카는 일본의 덥고 습한 기후가 만들어 낸 여름을 버티기 위한 아이디어 요리였던 것이다.
지금은 여름이 되면 일본 전국의 중국음식점에 ‘히야시추카 개시’라는 현수막이 내걸린다. 그걸 본 사람들은 여름이 온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일본의 여름에 완벽히 녹아 든 일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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