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회화를 공부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이 많이 쓰는 최신 표현을 써보고 싶은 법이다! 이에 일본에 사는 외국인 4명에게 일본인이 평상시 많이 쓰는 단어를 모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하는지 물어보았다.
이번 테마는 한국에서 ‘인싸’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까지 많이 쓰던 ‘리얼충’의 원어 ‘리아쥬’다. 이번 인터뷰에 답변해 준 것은 한국, 미국, 프랑스, 대만에서 온 4명이다.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 나라 사람들이 ‘리아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극명하게 드러났다(다음 내용은 인터뷰에 응해준 분들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인싸’를 뭐라고 할까?
일본 ‘리아쥬’.
‘현실생활(리얼)에 충(充)실하다는 의미의 ‘리아루쥬지츠’의 준말이다.
Tip. “걔 리얼충이구나”라고 한 마디 싶다면 일어로 “카레(카노조)와 리아쥬다네”라고 하면 되겠다.
한국 ‘인싸(리얼충)’
눈치챘겠듯이 ‘리아쥬’를 그대로 옮겨온 말이다.
미국 “He is a show off”
프랑스 ‘……’
※불어에는 리얼충 같은 단어가 없다고 한다. 굳이 말하자면 인터넷 용어인 ‘IRL’
대만 ‘타젠시렌셴셴리즈~(他真是人生勝利組)’
도대체 ‘리얼충(리아쥬)’가 뭔데?
‘리아쥬(리얼충)’란 단어는 원래 일본에서 인터넷상에서 많이 쓰이던 비속어였지만 SNS의 영향으로 폭넓은 세대로 퍼져 나갔다. 일본에서는 일상회화에 완전히 정착된 만큼 타 언어권 사람들이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번역했을지 LIVE JAPAN편집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소개한 외국어 표현에는 어떤 속뜻이 담겨 있는지도 자세히 들어보았다.
리아쥬의 한국버전 ‘리얼충’
한국 독자들에게는 많이 익숙할 법한 ‘리얼충’. 무심코 쓰긴 했는데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모르겠고, 새삼 남에게 물어보기도 성가셔서 지금까지 살아온 독자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 유래와 속뜻까지 다 알고 있다면 TMI가 될 수 있으니 이 단락은 패스하길 바란다.
앞서 말했듯이 ‘리아쥬’란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로 일본 서브컬처 관련 매체에서 주로 볼 수 있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직역해서 ‘리얼충’이라고 썼었다. 과거 오타쿠 층이 잠시 쓰긴 했지만 인싸, 기만자 등 비슷한 뜻의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런 사연을 알 길이 없는 LIVE JAPAN 편집부는 한국에 완전히 똑 같은 표현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터뷰에 응해 준 30대 한국인 남성은 그 의미도 함께 설명해주었다.
“리아쥬의 ‘쥬(充)’는 한국어로는 ‘충’이라고 발음합니다.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〇〇충이란 단어가 흔히 남을 비꼴 때 벌레 ‘충(蟲)’이란 의미로 많이 쓰다 보니 리얼충이란 말을 듣고 기분 좋은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예: 진지충)
한국어에는 리얼충의 파생어도 있는데 ‘솔로충’이라고 해서 혼자서도 아주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일본어로는 ‘봇찌’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리아쥬의 미국 버전_‘Show off’
Show off는 직역하면 ‘과시한다’는 의미라고 가르쳐 준 것은 30대 미국인 남성이다.
“리아쥬라는게 ‘나 참 잘 살아요’라고 자기생활을 과시하려는 뉘앙스잖아요? 그런 과시욕 충만한 사람들을 영어로는 “He(She) is a show off”라고 해요.”
오홋, 리아쥬의 속뜻까지 제대로 이해한 예리한 해설이다. 순수하게 ‘알차게 생활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라면 ‘life satisfaction’이 적합하지만, 통계에서도 쓰는 단어로 리아쥬와 풍기는 뉘앙스가 다르다고 한다.
리아쥬의 프랑스 버전_ “그런 말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IRL’”
“리아쥬요? 프랑스에는 그런 말 없어요!”라고 단호히 부정한 20대 프랑스인 남성.
“유럽에서는 ‘Tinder’라든가 온라인 상에서 부담없이 친구와 연인을 찾는 서비스가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젊은 사람일수록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요. 점심을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을 때는 어플로 찾아서 30분 후에 만나 같이 먹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요. 그러니 온라인도 리얼(현실생활)의 일부죠.”
일본에서 말하는 ‘데아이케이(만남)’ 사이트보다 훨씬 부담 없는 어플이 사회 속에 정착했다니! 여기서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
그래도 이런 어플을 즐기는 사람들이야말로 ‘리아쥬’들 아닌가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제 게임친구도 쓰고 있는걸요. 온라인 게임에서는 ‘IRL(In Real Life)’이라고 해서 인터넷 은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것과는 의미가 좀 다른 것 같고…”
그렇다면 프랑스에는 “쟤는 ‘리아쥬’니까…”라고 뒷담화하는 사람도 없다는 건가요?
“맞아요. 누가 저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전 망설이지 않고 “It's not your concern(오지랖은…)”이라고 되받아 치겠어요. 요즘 세상에 온라인으로 소통을 안 하는 사람도 없고 다들 대등한 관계잖아요!”
과연 ‘자유, 평등, 우애’의 국가 프랑스답다. 향후에도 리아쥬의 불어버전은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리아쥬의 대만 버전_‘롄셴셴리즈~(人生勝利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들은 것은 대만 출신의 30대 여성이다. ‘인생승리조(人生勝利組)’라니 글자가 주는 임팩트가 상당하다.
“분명 ‘리아쥬’가 훨씬 가벼운 느낌이에요. 하지만 대만에서는 이 단어가 가장 가까울 것 같네요. ‘인생승리조’는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사생활도 알찬 사람들을 말해요. 리아쥬보다 한층 레벨업된 사람들이긴 하죠.”
그렇다면 리아쥬보다 ‘카치구미(위너)’에 더 가까운 건가요?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본에서도 카치구미(위너), 마케구미(루저)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대만도 같은 의미로 예전부터 써왔어요.”
경제적 격차를 나타내는 단어가 일본, 대만 양국에서 거의 같은 글자와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니. 이번 인터뷰는 ‘리아쥬’에 관한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발견이다.
취재 전에는 ‘리아쥬’는 일본에만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비슷한 의미의 단어가 나라마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프랑스는 예외!). 세계 각국에서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려면 리얼충 놀이, 적당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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