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모이는 거리 시부야. 일본의 최첨단 문화의 발신지로 알려진 이곳 시부야는 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일본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외국인들은 시부야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에 산 적이 있었던 외국인과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 리피터 여행객 등 ‘일본통’ 외국인 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시부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실제 방문해서 보고 느낀 실체와의 차이점이나 충격적이었던 점에 대해 물어 보았다.
■스크램블 교차로는 일본의 타임스스퀘어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뉴요커라 시부야를 그렇게까지 큰 도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부야에 있는 스크램블 교차로도 ‘도쿄의 타임스스퀘어’ 같은 곳이겠거니 했어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는 관광객이나 가지 뉴요커는 별로 없거든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장에 굳이 일부러 찾아 갈 필요가 없쟎아요.
그런데 스크램블 교차로에는 도쿄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도 많아서 놀랐어요. 게다가 평일 낮 시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니 좀 이상하잖아요(웃음).
그리고 타임스스퀘어 건물에는 바퀴벌레 같은 게 많은데 스크램블 교차로에는 안 그렇쟎아요. 일본은 참 깨끗하구나! 일본에 비하면 미국은…. 그런 의미에서도 좀 쇼킹했습니다(웃음).”(미국인/남성/20대)
일본과 미국의 차이에 충격을 받았다는 미국인 남성. 확실히 스크램블 교차로에는 관광객은 물론 실제로 도쿄에 사는 일본인들도 많이 있다. 한 번 파란 불로 바뀔 때마다 3000명의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이 건널목에서 스쳐 지나치는 일본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철학적인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인은 수줍음을 많이 타고 예의바른 줄 알았는데...
“일본에 오기 전에는 시부야는 쇼핑하기 좋은 거리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길도 경사져 있어서 자주 헤메게 되고 센터가이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걷기가 어려울 정도라 다니기 엄청 힘든 거리인 것 같아요. 시부야에서 쇼핑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정말 힘들어요.
또 시부야에서 진행되는 할로윈도 굉장히 쇼킹했어요. 일본 사람들은 수줍음이 많고 예의바른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코스튬을 즐기고 지나가는 행인들과 하이 파이브 같은 것도 하더라고요. 그동안 품어왔던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와 큰 차이가 있어 깜짝 놀랐어요.”(대만인/여성/20대)
항상 사람들로 많이 붐비는 센터가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원하는 곳을 찾아가기가 어렵고 쇼핑도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할로윈 날 밤 시부야는 무법천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상황이다. 2018년에는 할로윈을 즐기던 일반 시민이 체포되는 소동까지 있다 보니 ‘예의 바른 일본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그녀 입장에서는 역시나 이 사건이 확실히 충격이었던 것 같다. 일본인들의 숨겨진 일면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다.
■IT 계열 회사가 모인 시부야의 비트밸리?!
“사실 시부야는 오피스 거리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실리콘 밸리처럼 IT 관련 기업이 모여있는 거리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가 보고 실리콘 밸리 같지 않아서 충격을 받았어요. 설마 이렇게 관광객들만 모인 동네일 줄은 몰랐으니까요.
스크램블 교차로도 이렇게까지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실제로 가 보고 거대한 사거리에 사람들이 많아 놀랐어요. 이 건널목을 건널 때에는 역시나 막 흥분하게 되더라고요.”(이탈리아인/남성/30대)
2000년대 초부터 많은 IT 관련 벤처 기업들이 이곳에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실리콘 밸리를 본떠 ‘비트밸리’라 불리던 시부야. 이런 이미지를 갖고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한테 시부야의 분위기는 다소 의외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치코 입구에서 스크램블 교차로쪽으로 걸어가면서 보게 되는 시부야의 풍경은 그가 가지고 있던 비트밸리의 이미지와는 사뭇 동떨어진 것이었나 보다.
■지하철간 환승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처음 시부야에 갔을 때에는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헐! 왜 이렇게 사람이 많나 정말 놀랐지요. 외국인들은 모두 스크램블 교차로를 보고 깜짝 놀라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데 일본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서둘러 건너쟎아요? 어떻게 이런 굉장한 광경을 무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좀 신기했어요.
그리고 전철 환승이 너무 어려워서 놀랐어요. 시부야에 갔다 부도심선에서 긴자선으로 갈아타려고 했는데 긴자선 승강장을 찾아도 안 보이는 거예요! 지하철인데 지상에 승강장이 있는 건 좀 이상하쟎아요(웃음). 이제는 환승이 엄청 힘들다는 걸 알아서 시부야역에서 환승할 일이 있으면 여유있게 나오려고 해요.”(중국인/여성/20대)
시부야의 지하철 환승 문제는 일본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2019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긴자선 홈이 동쪽 출구로 신설되어 한조몬선과 부도심선으로 환승하는 것이 편리해진다고 한다. 일본인들도 헷갈리기 쉬운 시부야의 지하철 환승 문제! 부디 2020년까지는 명쾌하게 해결되길 바라본다.
■사람이 많고 바쁜 거리라고 들었는데...
“시부야는 원래 바쁜 거리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분주해서 놀랐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이렇게 어수선한 거리가 세상에 또 있을까요? 일본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참 잘도 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을 보낼 거라면 더 여유롭게, 어른들한테 어울리는 동네에서 보내고 싶어요.”(프랑스인/남성/30대)
파리 출신이라는 이 프랑스 남성은 상상 이상으로 시부야에 사람들이 많고 복잡해서 놀랐다고 한다. 확실히 시부야의 이런 분위기는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시부야의 유동 인구가 적어지면 쾌적해질지는 모르지만 시부야다움은 어딘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어느 쪽이 더 좋은 건지 좀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부야. 좋든 싫든 개성이 강한 이 거리의 분위기에 외국인들은 이런 저런 충격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출신 국가나 가치관의 차이 등 그들이 느끼는 충격의 원인은 다양했다. 일본인한테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어 그 나라의 특징을 얼핏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인터뷰였다.
main image:501room / Shutterstock.com
Written by:chiemi matsum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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