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치조지역 북쪽 출구를 나와 번잡한 상점가를 빠져나오면 주택가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빌딩이 보이는데 그 빌딩의 지하 1층에 골동품 & 잡화점 싯포가 보인다.

이전까지는 ‘미타카’(三鷹)에서 6년간 인테리어 용품과 가구를 판매하는 점포와 카페가 운영되었으며 2018년 3월에 기치조지로 이전한 새로운 점포는 더욱 쾌적하고 넓어졌다.

자연스러운 손글씨로 제작된 나무간판이 지하로 연결된 경사길 끝자락에 살포시 걸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가게이다.

가게 앞에서 잠시 ‘여기는 무슨 가게일까?’ 하는 궁금증과 설렘을 가지고 들어가 보니 마치 고급스러운 벼룩시장의 보물창고와 같은 공간이 나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
콘크리트 벽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살린 소박하고 내추럴한 벽면, 원목을 사용한 디스플레이 선반이나 식탁은 고풍스럽고 포근한 오렌지색의 조명은 따뜻하게 가게 안을 비추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인 가게 안의 각각의 코너는 일관된 규칙성이 있으며 골동품, 생활잡화 판매 코너와 카페 코너는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다.

가게 안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물건들은 점장과 직원들이 전국 각지로부터 공수해 온 인기상품과 역사의 흐름이 새겨진 골동품 & 중고품,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 한 브랜드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다.

서적, 문구용품, 액세서리, 식기, 조미료, 식품, 인테리어 용품, 옷, 가방, 청소용품, 액세서리, 건강용품, 옛 향수에 젖게 하는 장난감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잡화가 진열되어 있다.

젊고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미야자키’ 점장은 마치 보물 탐험가와 같은 느낌을 주며, 직원들과 전국 각지를 돌며 잡화나 가구를 찾는 일을 한다.
그런 물건들이 모여있는 이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옛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들에 매료되어 고풍스러운 골동품의 세계에 빠져든다.

가게 안에는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한 보물이나 손님으로부터 직접 구입한 중고품, 골동품 경매에 출품된 진귀한 상품들이 있으며, 특히 일본 고대 시대의 민예품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그 밖에도 일본의 잡화 브랜드나 장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특색 있고 멋스러운 상품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미야자키 점장은 물건을 선택할 때 특정의 취향이나 제한된 기준을 두지 않고 보물 탐험가 특유의 느낌으로 디자인이나 실용성,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상품인지 아닌지를 보물 찾기의 일관된 이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친 골동품들은 이 보물 탐험가의 손에 의해 새롭게 빛을 발하고 그 빛은 누군가의 눈에 띄어 다시 사용된다.

가게 안에서는 가구의 수리나 도자기의 수선 복원 서비스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도자기의 수선 복원작업은 긴츠기(金継ぎ)라는 일본 특유의 공예기술법을 사용하며, 수선 복원으로 인하여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 태어나기도 한다. 손님의 소중한 가구 및 도자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물론이거니와 물건을 소중히 생각하는 정신까지 담고 있다.

추천인기상품중의 하나인 야마나시현 고스게마을(山梨県小菅村)에서 제작된 나무를 엮은 제품들은 나무나이가 100년 이상 되는 노송나무의 껍질을 얇게 벗겨내어 손으로 엮어 제작한 희소성 있는 작품으로 천연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나무 향이 깊이 베어 있다. 그 밖에 농기구나 청소도구를 모티브로 한 독특하고 귀여운 볼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인기상품은 후쿠시마현 아이즈(福島県会津) 지역의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혼고 도자기의 식기 시리즈로서 밥그릇, 필통, 찻잔, 술병 등이 있다.

문양은 건강과 기운을 상징하는 귀여운 달마와 그 지역에서 예로부터 전해오는 행운의 오뚝이(행운을 가져다 줌을 의미)가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얼굴의 표정이 다름을 알 수 있으며 다양한 표정과 수염이 있는 얼굴도 있는 등 매우 유쾌하고 독특한 상품이다.

‘생활의 수첩(暮しの手帖)’ 초대 편집장인 하나모리 야스지의 일용품을 테마로 한 공예품은 우편엽서, 편지봉투, 키친타올 등이 있으며 여성들이 좋아할 물건들로 가득하다.

・왼쪽：기리시마 바타케(桐島畑)생강 시럽 (S)745엔, (M)1393엔, (L)3013엔
・오른쪽：십오곡쌀 체험사이즈 230엔
・뒤：나카가와 마사시치(中川政七) 상점, 로쿠조 보리차(六条麦茶) 600엔

싯포에서 판매하고 있는 식품이나 조미료는 생산자, 생산지를 엄격하게 선별하여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재배의 유기농 상품만을 고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치현의 농가 ‘기리시마 바타케’ 나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 등의 상품 등 고객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만을 취급하고 있다.

가게 안에는 조용하고 쾌적한 카페가 있다. 나무를 메인으로 한 인테리어에 심플한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으며, 테이블이나 소파를 포함하여 50명 정도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많은 책과 잡지가 구비되어 있으며 소박하고 편히 쉴 수 있는 분위기는 여행중 걷다가 지친 몸을 잠시 맡기고 쉬고 가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여러 종류의 디저트와 음료 이외에도 수제 일본가정요리, 건강이 듬뿍 담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런치 타임에는 근처 회사원이나 주부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일일정식세트 ‘돼지고기 두부 매콤달콤 볶음’ 1080엔

주먹밥 세트 680엔

첫 방문에 필자는 ‘돼지고기 두부 매콤달콤 볶음’을 주문해 봤다. 이름 그대로 매콤하고 달콤한 맛은 밥을 부르는 환상적인 조합이다.

인기 메뉴인 일일정식세트는 많은 종류의 채소와 직접 담근 절임 반찬에 밥은 백미밥, 현미밥, 십오곡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건강한 한 끼를 원하는 사람들이나 외식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균형 잡힌 식단에 소박하고 맛있는 일본가정요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주먹밥 세트는 백미 밥, 십오곡밥 두 종류의 주먹밥을 맛 볼 수 있으며, 일본식 계란말이와 직접 담근 절임 반찬이 나온다. 가볍게 건강한 한 끼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지 호지차 (宇治ほうじ茶) 아이스 오레 540엔
말차 가토 540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차와 화이트초콜릿을 함께 사용하여 구워낸 ‘말차가토’는 싯포의 수제 오리지널 케이크로서 달콤한 화이트초콜릿과 말차의 쓴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말차의 향기에 촉촉한 식감, 덤으로 휩트크림과 팥소도 같이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우지 호지차 아이스오레’는 녹차의 향과 크림의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오후에 여유롭게 차 한 잔이 하고 싶을 때 좋을 것 같다.

고풍스러운 잡화, 골동품 시장을 원한다면 꼭 싯포에 방문하여 골동품과 생활잡화를 눈으로 직접 느껴 볼 것을 권한다. 가게 안에 가득 차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매력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기치조지에서 잡화가 생각나면 싯포에 들러 일본 생활 속에 있는 특유의 매력을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