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손님이 주문을 가게 쪽에 맡기는 ‘오마카세’(맡긴다는 의미의 일본어)라는 시스템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오마카세 가게가 생겨나 그렇게 낯선 단어는 아니다.
일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마카세는 초밥집의 ‘오마카세 초밥’으로 회전 초밥집의 ‘오마카세 초밥8개 세트’등의 런치 메뉴나 금액을 정하여 가게 측에 알리면 금액에 맞춰 초밥을 만들어주는 고급 초밥집의 오마카세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오스스메’(추천이라는 의미의 일본어)와 오마카세의 차이점은 가게 측이 추천하는 메뉴들을 손님이 판단하여 정하는 오스스메와 달리, 오마카세는 주문의 권한을 전부 가게 측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일부러 특정 가게에 방문하여 서비스나 상품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왜 본인이 정하지 않고 가게 측에 맡기는 것일까? 일본의 오마카세 시스템의 매력을 속속들이 알아보자.
오마카세 시스템은 언제부터?
오마카세 서비스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초밥집의 오마카세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라고 한다. 그 이전의 초밥집에서는 초밥 장인들 중에서도 가장 솜씨가 뛰어난 장인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의미로 술은 마시지 않고 장인의 초밥 솜씨를 순수하게 즐기는 것이 미식가들의 일반적인 문화 행태였다.
그 후 일본의 거품경제로 인하여 초밥 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손님들도 고급 초밥집에 드나들면서 전통적인 초밥집은 하나 둘씩 줄어들고 한편으로는 손님들의 취향을 저격한 안주나 술을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초밥 문화도 술과 안주 요리를 즐긴 후 마지막에 초밥을 먹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생선 이름을 모르는 손님들을 위해 초밥 장인이 제철의 생선을 사용하여 만든 초밥을 제공하는 오마카세 스타일이 인기를 얻게 되었다. 손님은 알아서 맛있는 초밥을 만들어 주어서 좋고 가게 측 또한 식재료의 재고를 조정할 수 있어 좋은 쌍방이 윈 윈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왜 본인이 고르지 않고 오마카세를 하는가?
오마카세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1. 생각하는 것이 귀찮으니까?!
오마카세는 딱히 뭘 골라야 할지 모르거나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아 정할 수 없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시스템이다. 그 밖에도 고르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가운데 알아서 최상의 것을 제공해주니 이보다 편리한 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이유 2. 체면상?!
초밥집의 초밥 종류나 프렌치 레스토랑의 와인 등, 주문 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초밥집에서는 제철 생선을 알고 있는지, 주문하는 초밥 순서를 알고 있는지에 따라 손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와인에 대한 지식을 바로 알 수 있다. 일 관계로 고객과 함께 동석을 하거나 연인과 함께라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나오는 본인의 스마트한 모습으로 점수를 따고 싶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마카세는 무난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주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이유 3. 프로의 의견을 신뢰한다!
프로가 추천해준 것이라면 안심할 수 있으며 체험해보지 못한 것이나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싶은 기대감이 숨겨져 있다. 자주 가는 식당이나 선술집, 헤어샵 등은 손님의 취향을 알고 있기에 주저하지 않고 손님 또한 프로에게 맡길 수 있고 가게와 손님 간의 신뢰 관계도 한층 두터워진다.
다양한 오마카세 시스템
오마카세가 가능한 서비스에는 과연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물론 시대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음식점 메뉴에서부터 패션, 여행, 이사까지 다양한 오마카세를 알아보자!
초밥집의 오마카세 초밥
가장 인기있는 오마카세하면 초밥집의 오마카세 초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는 제철의 생선을 중심으로 값비싼 생선과 비교적 저렴한 생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가격도 적당한 선에 측정되어 있다.
생선 종류를 잘 몰라도 초밥 장인이 그날 들여온 추천 생선을 골라주기 때문에 맛있는 제철 생선을 맛볼 수 있다. 메뉴가 따로 없는 고급 초밥집의 경우, 가격이 1인당 최소 1만엔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다. 그런 경우, 3인이 가면 3만엔과 세금, 음료는 별도로 생각하면 된다.
식당의 오마카세 런치, 일별 정식
식당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마카세 런치나 일별 정식. 단골손님 대부분은 메뉴를 보지 않고 주문을 한다. 그 가게의 음식 맛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단 배를 채우는 목적으로 메뉴나 맛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알 방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오마카세 런치는 그 식당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고 맛있는 런치 메뉴임은 틀림없다.
여러 사람들이 주문을 하기 때문에 인기 메뉴인 경우가 많으며 식재료를 대량으로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어 손님 입장에서도 거품없는 가격에 요리를 즐길 수가 있다.
레스토랑의 와인을 오마카세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를 보고 브랜드나 포도 품종을 잘 몰라 한 숨을 쉰 적이 있지 않은가?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주문하면 부족한 와인 지식이 들통날 염려도 없고 프로의 선택이나 판단에 기꺼이 동의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전에 예산을 가게 측에 알리면 금액에 맞는 와인을 골라주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바에서 칵테일을 오마카세
‘맛이 깔끔하고 마시기 편한 것으로요’, ‘달면서 제 이미지와 맞는 느낌의 칵테일로 부탁해요’ 등 바 카운터에서 추상적인 주문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그것 또한 오마카세 주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문법은 술 종류를 잘 모르는 칵테일 초보나 술이 약한 사람이 주문할 때 최적일 것이다. 바텐더 또한 정해진 칵테일이 아닌 본인이 창작하여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깜짝 서프라이즈 칵테일을 마시게 될 지도!
패션을 오마카세
최근에는 옷이나 신발, 가방 등 전신 코디네이트를 고려하여 제안해 주는 패션 오마카세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패션 인터넷 판매 사이트 ZOZOTOWN이 제공하는 ‘오마카세 정기편’은 고객의 취향에 맞게 스타일링한 코디네이트를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발송한다.
이용자는 신청시 앙케이트에 취향, 적용하고 싶은 아이템, 선호하지 않는 무늬나 컬러, 체형커버를 위한 액세서리, 사이즈, 예산 등을 기입하면 스타일리스트는 앙케이트와 과거 구입 이력을 분석한 데이터를 참고로 고객 취향의 아이템을 5~10가지 정도 배송하고 고객은 그 중 원하는 상품만을 구입할 수가 있다.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옷을 사러 갈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옷을 고르는 센스가 없는 사람 등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신 감각 오마카세 서비스다.
헤어샵에서 헤어스타일을 오마카세
본인이 자주 이용하는 헤어샵의 고정 스타일리스트에게 헤어스타일을 전적으로 맡기는 사람들을 종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항상 정해진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타일리스트가 제안하는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사람도 있다. 머리카락의 종류, 두상 형태, 등을 고려하여 고객의 취향을 잘 인지하고 있는 센스를 가진 스타일리스트가 있다면 오마카세 커트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후쿠부쿠로(복주머니)
일본에는 1월1일에 백화점이나 가전제품 전문점 등에서 판매되는 ‘후쿠부쿠로’(복주머니)라는 상품이 있다. 후쿠부쿠로는 내용물의 종류와 상당 금액은 알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이 들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용물의 종류로는 의류, 화장품, 가전제품 등 다양한 상품들로 이루어져 있어 일종의 오마카세 선물세트라고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의 몇배의 가치에 달하는 상품들이 들어있다. 주머니를 열어보지 않는 이상 본인이 원하는 상품이 들어있는지 어떤지 알 방도는 없지만 가격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상품들과 뭐가 들어 있을까 하는 설레임과 기대감을 즐길 수 있는 계절 한정 상품이다.
여행지를 오마카세‘ 미스터리 투어’
놀랍게도 여행지까지 오마카세 해버리는 미스터리 투어라는 여행 상품도 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서프라이즈 여행이라는 점이 많은 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주로 여행사들이 기획을 한다. 전차를 이용한 당일치기 단체여행이 대부분으로 참가자들은 집합 장소의 승차역과 투어 종료 시간 등을 참고하여 어느 방향으로 갈지 추측하거나 열차 승차 후 경치를 바라보면서 목적지가 어디로 될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사 오마카세 팩 서비스
일본 이사 서비스에는 ‘오마카세 팩’이라는 패키지 상품이 있다. 이사 업자는 짐 포장에서부터 반입, 개봉, 쓰레기 처리까지 이사가 시작하여 끝날 때까지 모든 과정을 맡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에 급하게 이사를 하거나 짐을 포장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 또는 임산부, 고령자와 같이 이사 작업이 어려운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고의 오마카세 서비스다.
저녁 메뉴를 오마카세
바쁜 가정 주부에게 저녁 메뉴와 식재료를 집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오마카세 서비스는 일, 육아 등으로 지쳐 장을 볼 시간이 없거나 영양가 있고 균형있는 식단을 매일 짜는 것이 힘든 주부들을 위해 저녁 레시피와 필요한 식재료의 일정량을 정기적으로 자택까지 보내준다.
유명 식재료 택배 회사 ‘요시케이’의 ‘1주일 오마카세 코스’는 영영사가 직접 짠 건강 식단으로, 조리하기 쉽게 나뉘어진 식재료를 사용하여 20분에 2종류의 반찬을 만들 수가 있다.
오마카세를 부탁할 때 조건 설정이 가능? 취소도 가능?
오마카세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오마카세의 말 뜻대로 프로에게 맡기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소믈리에에게 와인 초이스를 부탁하고 본인 취향이 아니라며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미스터리 투어의 행선지가 이전에 간 곳이라는 이유로 변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오마카세 초밥 등 음식의 경우는 주문 전에 좋아하지 않는 식재료나 고추냉이의 유무 등을 미리 전달하고 확인할 수가 있다. 사전에 취향이나 조건을 전달하였다면 오마카세의 결과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자.
일본의 오마카세를 간단히 살펴보았는데,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알아서 또는 잘 해주세요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믿고 맏긴다라는 개념이다.
가격과 상황에 맞춰 오마카세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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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메뉴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재된 것 이외에는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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