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진보초하면 출판사와 헌책방 거리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출판사인 이와나미쇼텐, 쇼가쿠칸, 슈에이샤는 물론 대형 서점과 전문서적을 취급하는 작은 서점, 헌책방들이 한집 건너 한집 비율로 들어서 있다. 또 대학가 주변이기도 해 학생들이 부담없이 갈만한 맛집도 곳곳에 숨어 있다. 오늘은 도쿄 골목중 책의 거리 진보초로 떠나 보자.
#교통 정보: 진보초는 도에이신주쿠선, 미타선, 한조몬선 등을 이용해 갈 수 있다.
간다진보초 헌책방 거리
도쿄 진보초역에서 내려 A5 출구로 나오면 도로 건너편에 헌책방들이 들어선 모습이 보인다. 이 곳이 바로 행정구역상 '간다진보초 고서가'로 불리는 거리다.
1880년대에 지금의 메이지 대학, 주오 대학, 니혼 대학, 센슈 대학의 전신에 해당하는 학교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당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팔던 것이 이 거리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후 대학가에 다양한 학부가 들어서면서 전문 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이 늘어났다.
헌책방 역시 문학과 철학을 비롯한 연극/영화, 사진, 외국 서적, 문고판 등 특화된 분야의 전문 서적을 판매하게 되었다. 총 140개의 헌책방이 있으며 도쿄 헌책 유통량의 1/3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요즘은 학생들뿐 아니라 전문 분야의 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진보초 냥코도
고양이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진보초 냥코도'.
'냐옹이네'란 서점 이름만으로도 고양이에 대한 주인장의 격한 애정이 느껴진다. 실제로 냥코도는 400종류 2000권 이상의 고양이 전문 서적을 구비하고 있다.
매장 안이 비좁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할 때까지 찬찬히 내용을 읽어보거나 구경해도 딱히 눈치를 주지는 않는다.
또 고양이 관련 책을 구입하면 고양이 만화가로 알려진 구마쿠라 타마미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북 커버로 책을 싸 준다.
이밖에 냥코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고양이 소품들도 눈길을 끈다. 친구나 지인 중에 고양이 집사가 있다면 여행 선물을 사기 위해 잠시 들러 보면 어떨까.
집사들 마음을 흔들어 놓을 귀여운 소품들
고양이 관련 책을 사면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커버로 책을 싸준다.
슈에이샤 갤러리
'소년 점프'나 '리본', '마가렛', '논노' 등의 잡지로 한국인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출판사, 슈에이샤.
슈에이샤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슈에이샤 갤러리'라는 특설 코너를 마련해 독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슈에이샤의 인기 만화 캐릭터 관련 상품은 물론 관련 서적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은 비정기적으로 교체되며 원하는 제품을 온라인/오프라인 숍에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갤러리가 있는 건물 1층에는 신간 만화의 대형 포스터가 붙어있다. 운이 좋으면 좋아하는 작가가 직접 그린 생생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즈란 도오리
도쿄 진보초역 A5 출구로 나와 건널목을 건너 직진하다 보면 왼편으로 타코야키 전문점 '긴다코'가 보일 것이다.
고개를 살짝 들어보면 '스즈란 도오리'가 시작되는 지점을 알려주는 오브제가 있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오래된 맛집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있다.
일본 3대 카츠카레 원조 '키친 남해'
스즈란 도오리로 들어와 조금만 걷다 보면 왼편으로 길게 줄이 늘어선 가게가 보일 것이다. 바로 '키친 남해'다. 카레라이스, 쇼가야끼(생강과 간장으로 맛을 내 구운 돼지고기), 각종 프라이 정식을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제공하는 집이다.
특히 가츠카레가 유명하다. 키친 남해의 오리지널 카레에 금세 튀겨낸 돈까스가 푸짐하게 올라간 1인분이 겨우 750엔이다. 카레는 일본의 여느 카레보다 색이 검고 향이나 간도 진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돈까스와의 궁합이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출판사가 많다 보니 편집자나 작가들 중에도 단골이 상당하다고 한다. 일본의 한 문예평론가가 '진보초의 얼굴', '문화재'라고 격찬했을 정도라고 하니 한 번 들러 보면 어떨까. 다만,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점심 시간은 피해 방문하길 바란다.
문구 백화점, ‘문방당’
스즈란 도오리가 끝나는 지점 오른 편에 중후한 석조 건물이 보일 것이다.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미술 용품을 비롯한 각종 아트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노포다. 1922년 건축된 이후 몇 차례 리뉴얼을 하기도 했지만 외벽만큼은 옛 모습이 남아 있어 유려한 역사가 느껴진다.
개성있는 문구용품을 비롯해 아트 제품, 소품류 등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곳이다. 1층에는 귀여운 잡화와 미술용품 코너가 마련되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 옆으로 다양한 엽서가 전시되어 있다. 2층은 판화와 점토 관련 재료, 3층은 액자, 4층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 5&7층은 아트교실과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구경하다 지쳤다면 3층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차와 디저트를 즐기며 쉬어가도 좋다.
커피 전문점 'GLITCH COFFEE&ROASTERS'
매장에서 직접 볶아낸 원두로 커피를 내려 주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GLITCH COFFEE&ROASTERS'. 폴 바셋에서 10년간 경험을 쌓은 바리스타가 2015년에 문을 연 카페다. 넓지 않은 매장 안에 로스팅 코너와 카페 코너가 조화롭게 분리되어 있다. 바리스타들이 정성껏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손님들이 인상적이다.
폴 바셋은 원두를 진하게 내린다면 GLITCH는 커피를 아주 연하게 내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오너인 스즈키 씨는 한 인터뷰에서 좋은 고기일수록 가급적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레어에 가깝게 조리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메리카노는 색도 맛도 아주 연하고 특유의 산미가 느껴졌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 바리스타가 추천해 주는 커피를 맛보기 바란다. 커피와 함께 판매하는 베이커리도 제법 수준급이다.
도심 속 공원, ‘지도리가후치’
여행시기에 따라 볼거리도 달라지는데 진보초에서 구단시타까지 걸어 보기 바란다. 진보초에서 구단시타역까지는 5분 거리로, 구단시타에서 벚꽃이 아름다운 지도리가후치까지 다시 5분 정도가 소요된다.
지도리가후치는 황궁 북쪽에 위치한 공원으로 봄이면 700미터나 되는 긴 벚꽃 터널을 구경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많은 인파들이 몰린다. 이곳은 도쿄에서도 벚꽃 놀이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황궁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를 따라 벚나무들이 축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는 연못 아래서 비추는 조명으로 벚꽃이 은빛으로 물든다.
※교통 정보: 한조몬선 구단시타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가격과 메뉴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재된 것 이외에는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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