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코로나19 감염대책으로 외출 제한, 상업시설의 영업 자숙 등과 같은 정부의 방침이 나온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갑갑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생활을 강요받게 된 것은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국을 떠나 일본에 사는 그들의 눈에는 ‘일본의 뉴노멀’ 라이프가 어떻게 비쳐졌을까?
본 기사는 필자 주변의 일본에 산지 3년 미만으로 거주기간이 짧은 외국인에게 ‘내가 놀란 일본의 뉴노멀’에 대해 들어보았다(아래 내용은 설문조사에 응해 주신 분들의 개인적 의견이다).
애매모호한 ‘긴급사태 선언’이라도 자제력을 발휘하다니…일본인의 정신력은 대단하다!
가장 놀라움을 드러낸 것은 뉴노멀 생활을 하게 된 후 보여준 ‘일본인의 대응력’에 관한 것이었다.
“일본정부가 발표한 긴급사태선언은 엄격한 록다운(봉쇄)을 강요하는 미국, 유럽에 비하면 내용이 애매모호해요. 그래도 대부분의 일본인은 알아서 외출을 자제해 거리에서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어요. 남미였다면 정부 방침이 애매모호하면 그냥 신경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 천지일 것 같은데”(페루/30대/여성)
“외출 자제 요청에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은 대단해요” (대만/30대/남성)
“식당에 가도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고 먹을 때 말고는 마스크를 하고 있어요”(태국/40대/남성)
“외출 자제기간 중에 참을성을 발휘해서 집에서 지낸 일본인들은 과연 사무라이 나라 사람들이라고 느꼈어요. 외국인 입장에서는 긴급사태 선언, 외출 자제 요청, 격리의 의미가 정말 알기 어려워요”(이탈리아/20대/여성)
구미와 같은 록다운까지는 가지 않고 협조 수준의 자제 요청이 몇 번인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많은 이들이 불요불급, 즉 꼭 필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외출은 자제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염을 확산시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인들의 행동 자체가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하게 비쳐졌나 보다.
마스크, 알코올 소독액. 시설의 방역대책이 철저하다!
“식당과 미용실에서 무료 마스크를 제공하는 점이에요. 미국에서 제가 자란 지역에서는 손님이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았으면 ‘알아서 준비하라!’며 돌려보낸답니다(웃음)”(미국/20대/여성)
“일본은 시설의 도처에 알코올 소독액이 있어요. 일본인의 높은 위생의식에 놀랐어요” (브라질/여성/30대)
“전에 백화점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손님에게 성의 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런 사태 속에서도 일본의 서비스 정신은 대단하다고 느꼈어요”(프랑스/20대/남성)
일본의 시설과 가게의 높은 서비스 수준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감격하는 외국인이 많았지만 그 점은 뉴노멀 사회가 된 후에도 변함없었다.
뉴노멀을 대표하는 서비스 ‘음식 배달’도 일본답다?
뉴노멀 라이프로 인해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서비스가 우리 생활에 급속도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본의 배달 서비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의견이 있었다.
“배달이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빨라요! 내용물이 넘치거나 모양이 흐트러진 걸 본 적이 거의 없어요”(대만/30대/여성)
“배달음식을 문 앞에 놓고 가는 일이 늘었다는 점이에요. 다른 나라라면 훔쳐가지 않을까 싶은데. 일본인의 높은 국민성 덕분에 가능한 서비스라고 봐요”(베네수엘라/20대/여성)
현관 앞 등 지정한 장소에 두고 가는 배달방식은 비대면이라 방역상 안심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다양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주변과의 신뢰관계가 있어 가능한 뉴노멀 서비스도 일본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뉴노멀이야? 일본인의 변함없는 ‘업무 방식’에 의문을 제기
일본인의 대응력과 가게의 코로나 대책을 평가하는 의견이 많은 반면에 업무 스타일에 관해서는 반대의 의미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의견이 있었다.
“뉴노멀한 업무방식이라고 하지만 일본 친구들은 변함없이 회사로 출근하고 있어요. 영국에서는 대부분 재택근무라 이런 상황에도 회사에 가야 하는 일본인이 측은해요”(영국/30대/여성)
“통근 전철은 별로 사람이 줄지 않은 것 같아요”(한국/40대/남성)
“저희 회사에서는 도장, 일반전화, 경비처리 때문에 정사원들이 돌아가며 출근하고 있어요. 일본은 IT 선진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무는 거의 수작업이라 놀랐어요”(베트남/20대/여성)
꼭 통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종도 있을 것이고 도장이나 영수증이 종이로만 처리되는 등 아직 회사의 시스템이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겠지만, 이 ‘어쩔 수 없다’가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믿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
‘뉴노멀’ 한 생활이 자리잡기 시작한지 꽤 시일이 지났지만,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업무나 정부의 대응 방식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루빨리 외국인들에게도 뉴노멀 라이프가 쾌적해지기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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