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나라 일본이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지형 탓에 지역별로 각기 다른 기후와 풍토, 문화, 습관 등 다양한 차이점이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지방에 가면 그 지역 고유의 방언이 사용된다. 이 중에는 같은 일본인끼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나 표현도 있어 전국적으로 방영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자막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고한다.
방언 중에서도 ‘간사이 방언’이 일본 개그맨들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사카 지방을 중심으로 텔레비전에서 인기있는 개그맨들이 사용하는 방언이라 많은 일본인들이 친숙함을 느낀다. 오키나와현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류큐 방언’은 본토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다른 점이 많은데 특유의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이 영향을 준 것이라 한다. 같은 일본어인데 각기 다른 발음과 억양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일본인들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방언을 소개한다!
방언은 언제부터 사용되고 어떻게 확산되었는가?
방언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주로 2개의 루트가 있다는 설이 전해진다.
첫번째는 지역 독자적으로 발전한 방언
과거에는 교통이 불편해 다른 지방에서 정보가 유입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생활에 밀착된 말과 표현이 독자적으로 발전, 정착했다.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표현 방식과 유행하는 말에도 차이가 발생했다. 가령 추위로 인한 가벼운 동상을 나타내는 말을 기후가 비교적 따뜻한 태평양 연안에서는 ‘시모야케(서리에 데다)’라고 하는 반면 강설량이 많은 일본해 연안에서는 ‘유키야케(눈에 데다)’라는 표현을 쓴다. 같은 현상을 나타내는 말인데도 표현이 다른 것은 기후 차이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일반적으로 추운 지방에서는 냉기가 몸 안에 들어오지 않도록 입을 가급적 크게 벌리지 않고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추위로 얼굴이 경직되어 발음이 잘 돌아가지 않아 띄엄띄엄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그 지역 기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동심원상으로 확산된 방언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말이 생겨나는 것은 정치, 경제, 문화의 발신지로 그 시대를 견인하는 인플루엔서에 의해 확산된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탄생한 단어나 표현이 많이 있는데 예전에는 도쿄 주변을 중심으로 신조어가 생겨나 이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다른 지방으로 확산되어 갔다. 도쿄에서 전해진 말이 지방에서 유행해 정착될 즈음 도쿄에서는 이미 다른 새로운 말이 생겨나 예전에 쓰던 표현은 더이상 사용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요즘은 어느 지역에 가도 인터넷을 통해 같은 시기에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말이 보급되는 속도는 지역이 아닌 정보 리터러시에 따라 달라지는지도 모르겠다.
방언은 아이덴티티?!
방언은 ‘사투리’라고도 하며 도시로 온 지방 출신자들 중에는 방언을 사용하면 지방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 버리기 때문에 부끄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한편 본인의 향토 언어에 자부심을 가지고 도쿄 등 도시에서 오래 살아도 절대로 말투를 바꾸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본인의 의견이나 기분을 표현하는 구어체 표현은 그 사람의 캐릭터를 형성하는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지금은 TPO에 따라 방언과 표준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데 역시 나고 자란 고향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말은 본인을 가장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닐까.
사랑스러운 방언 랭킹 Top 5
‘사랑스러운 방언’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항상 손꼽는 후쿠오카현과 교토부. 이제는 방언 랭킹 상위의 단골손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동의 2 Top이다. 또 방언이 귀엽다고 생각되는 지역 Top 5 중 4개 현이 서일본에 집중되어 있다. 귀여운 방언 분포에는 ‘서고동저’의 공식이 성립되는 것 같다.
1위 후쿠오카현(하카타 방언)
어미 표현이 많아 다양한 표현과 접목되어 대화 중에 방언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그 매력 포인트!
[하카타 방언이 귀여운 이유]
-‘톳톳토?’라는 리드미컬한 발음이 귀엽다.
-‘~토?’, ‘~톳토?’, ‘~차’, ‘~야켄’ 등 방언 어미를 붙이면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2위 교토부(교토 방언)
우아한 교토의 거리와 문화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교토 방언은 오랜 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명랑한 마이고(무희)가 얌전을 빼며 사용하는 말투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교토 방언이 귀여운 이유]
-‘~하루노?’, ‘~하리마스’와 같은 독특한 완곡 표현이 예의바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천천히 음을 길게 끌어가며 발음하는 부드러운 어미가 상냥한 느낌을 준다.
-같은 간사이 방언이라도 주변에 있는 오사카부, 와카야현, 나라현, 효고현과는 다른 교토다움이 느껴진다.
교토 방언의 특징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현상 등에도 경어 표현인 ‘~하루’라는 어미를 사용하는 것이다. 약간 특이하지만 예의바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3위 오사카부(간사이 방언)
텔레비전 등에서 활약하는 간사이 출신 개그맨들의 영향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방언이다.
[오사카 방언이 귀여운 이유]
-템포가 빠르고 밝은 인상
-명랑하고 즐거운 느낌
-정열적인 이미지, ‘메차스키야넹!(진짜 좋아해!)’라는 말 한 번 들어봤으면!
4위 아오모리현(쓰가루 방언)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사투리가 심한 표현도 있지만 호불호를 떠나 개성이 넘치는 사투리의 끝판왕! 듣다 보면 어느새 억양이 자연스럽게 전염되는 사랑스러운 방언!
[쓰가루 방언이 귀여운 이유]
-자주 들어 보지 못했던 발음에 심쿵!
-진짜 속 내까지 보여준 것 같아 친근함을 느꼈다.
-지방 도시 특유의 순박한 인상에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5위 히로시마현
‘~쟈’, ‘~쟈켕’ 등 탁음이 많고 단정적이고 완강한 표현이 특징인 히로시마 방언에서 남성적인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일본인들에게는 무협 영화인 ‘인의(仁義)없는 전쟁’에서 야쿠자가 걸쭉하게 히로시마 사투리로 화를 내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반대로 여성들이 히로시마 방언을 사용하면 그 갭이 커서 오히려 심쿵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히로시마 방언이 귀여운 이유]
-강한 어조로 남성적인 분위기를 주는 히로시마 방언은 여성들이 쓰면 오히려 그 갭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1인칭으로 ‘우치’라는 표현을 쓰는 게 사랑스럽다.
-‘호이쟈켕(그러니까)’, ‘부치타이기이(겁나게 힘들다)’, ‘이켕(안돼)’ 등 부드러운 표현도 있어 귀엽다.
〇귀엽다고 소문이 자자한 ‘~챠’ 시리즈
어미에 ‘~차’를 붙이는 방언은 의외로 많아서 도호쿠 지방부터 규슈 지방까지 폭넓게 사용된다. 지역에 따라 활용 방법이나 발음도 미묘하게 다르고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귀엽다고 인기다!
방언 사용 지역: 아오모리현, 도야마현, 미야자키현, 후쿠오카현 등
‘~차’라는 사투리를 들으면 옛날에 인기를 끝었던 만화 ‘시끌벅적 녀석들’의 주인공인 라무짱의 말투가 떠올라 좋다는 사람도 있다.
〇귀엽다고 소문이 자자한 ‘~켄’ 시리즈
귀여운 방언 랭킹 1위와 4위에 랭크인된 후쿠오카현과 히로시마현 등, 주고쿠, 시코쿠, 규슈 지방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언 어미 ‘~켄’도 귀엽다고 인기다!
방언이 사용되는 지역: 주고쿠, 시코쿠, 규슈 지방
‘아시타와 테스토야켕, 벵쿄세나아캉네(낼 시험이라 공부안 하면 안돼)’, ‘모센켄 유루시테야~(이제 안 할게, 용서해 줘)’라는 식으로 사용한다. 누가 이렇게 사과를 해오면 용서해주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은 섬나라 일본이지만 지역별로 다양한 방언이 있다. 방언을 귀엽다고 느낄지 그렇지 않다고 느낄지는 누구와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멋진 만남과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교류가 있으면 어떤 표현이든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일본에서 재미있는 사투리와 유쾌한 만남을 가져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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