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현의 ‘후지노미야 야키소바’와 아키타현의 ‘요코테 야키소바’ 등 전국 각지에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로컬 야키소바. 아오모리현에서는 야키소바에 수프를 끼얹은 로컬 구르메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가 여러 미디어에서 소개되어 최근 주목을 모으고 있다. 본 기사는 이 요리의 발상지인 구로이시시에서 인기몰이 중인 맛집을 돌며 이 독특한(?) 소울프드의 탄생비화와 그 맛의 비결을 취재했다.
서민들이 사랑하던 ‘쯔유 소바’가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로
아오모리현의 정 중앙에 위치하는 구로이시시는 시의 면적의 약 80%가 삼림 등 자연으로 이루어져 있어 단풍철이 되면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인기 관광지다. 또한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조카마치*이기도 해 양조장이나 곳간 등 민가가 현존하는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조카마치… 영주가 사는 성을 중심으로 조성된 일본 특유의 도시 형태
이 구로이시의 식문화를 말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야키소바다. 전후부터 이곳에는 제면소가 늘어나기 시작해 굵은 건면을 삶아 간장을 넣고 볶은 ‘구로이시 야키소바’가 간식거리로 널리 퍼져나갔다.
그 후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가 탄생한 것은 1960년 즈음이다. 구로이시 시내에 있던 ‘미마스’라는 작은 식당에서 추운 날에도 따끈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구로이시 야키소바에 소바 쯔유(국물)를 부어 ‘쯔유소바’로 제공한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다양한 설이 있음).
‘미마스’의 폐점과 함께 쯔유소바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한 지역주민들에 의해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로 시내 식당에서 판매하자 바로 화제를 모으게 되었다. 보급단체인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 HAPPY 메고이자’가 ‘B-1 그랑프리(R)’*에서 여러 차례 상위로 입상하는 등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B-1그랑프리…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서민적인 먹거리 ‘B급 구르메’의 전국 최고를 가리는 대회
2019년 현재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를 취급하는 가게는 시내에 약 70곳에 이르러 명실상부하게 구로이시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수프는 일본식 다시를 베이스로 한 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라멘 수프와 돈고츠 수프, 시오 쯔유 등 가게마다 가지각색이다. 가게마다 심혈을 기울이는 포인트도 다르다고 하니 이번에는 특히 인기인 세 곳에서 맛을 보기로 했다!
실수로 수프를 넣은 것이 시작!? 원조 쯔유 야키소바 ‘묘코’
고난철도 구로이시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묘코’는 1978년에 창업한 식당이다. 점주인 나카무라 히로미 씨는 연과 네부타에 문양을 넣는 화가이기도 해 가게의 외벽과 매장 안 천정에는 그가 제작한 쓰가루 연이 여러 개 장식되어 있다.
간판 메뉴인 ‘원조 쯔유 야키소바’는 라멘수프가 들어간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의 원조로 지금은 폭 넓은 세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 하지만 나카무라 씨에 따르면 “정말 우연에 의해 탄생한 요리”라고 한다. 창업한지 약 10년이 지난 어느 날, 조리 중이던 소스계열 야키소바를 실수로 쇼유라멘에 넣을 수프에 퐁당 담가 버린 것이 원조 쯔유 야키소바의 시작이라고 한다. 실제로 주방에서 만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야키소바를 라멘 수프 속에 넣고 있었다!!
라멘 수프 속에 야키소바를 첨벙 넣는 광경에 흠칫 놀랐지만 우선 수프를 한 입 먹어보니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간다. 뒤이어 야키소바 전용 후토히라멘(두툼하고 납작한 면)을 먹어보니 쇼유 수프가 적당히 감겨 생각보다 먹기 편했다.
계속 먹다 보면 소스와 아게다마가 녹아 수프에 감칠 맛이 더해지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변한다. 수저를 든 손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짜거나 맛이 과하지 않고 수프와 소스가 희한하리만치 잘 어울린다.
우연히 탄생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프와 야키소바가 잘 어울리는데다 채소도 듬뿍 들어가 만족도가 높은 메뉴였다. 그 밖에도 나카무라 씨의 쓰가루 연(일본어로 ‘다코’)에 대한 애정과 초절임 문어(스다코)가 들어가 명명된 ‘다코라멘’(700엔・부가세 포함)도 추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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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코お食事処 妙光
- 주소 아오모리현 구로이시시 모토마치 66
- 전화번호 0172-53-2972
[영업시간] 11:00~18:00
[정기휴무] 비정기
원조의 맛을 우직하게 계승하고 있는‘스즈노야’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나카마치코미세 전통거리의 한 켠에 있는 구로이시 야키소바 전문점 ‘스즈노야’다. 원조 ‘미마스’의 맛을 아는 점주 스즈키 다미오 씨가 운영하는 가게로 그 시절 맛 그대로의 쯔유 야키소바를 맛 볼 수 있는 가게다.
‘미마스’의 맛을 재현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메뉴화한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는 구로이시 야키소바 위에 파와 아게다마를 올리고 수프를 부은 심플한 구성이다. 쇼유맛의 담백한 수프와 매끈한 후토히라멘이 잘 어우러져 젓가락이 쉴 틈이 없다.
스즈키 점장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꿀팁을 공개해주었다! 먹는 도중에 우스터 소스를 넣어 맛을 조절해보자. 그도 어린 시절에 미마스의 쯔유 소바에 우스터 소스를 넣어 먹었다고 한다. 수프의 맛에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깊은 맛이 난다.
심플하면서도 깊고 부드러운 맛은 당시의 맛을 모르는 필자도 왠지 모르게 향수를 느낄 정도였다. 뜨거운 수프는 뼈 속까지 따뜻해져 오랜 세월 단골로 다닌 손님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사랑 받는 것도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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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노야すずのや
- 주소 아오모리현 구로이시시 오아자 마에마치
- 전화번호 0172-53-6784
[영업시간] 11:00~15:00
[정기휴무] 화요일
풍성한 토핑과 일본식 수프로 깊은 맛을 낸 ‘구라요시’
‘스즈노야’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창작요리 구라요시’는 1845년 에도시대 후기에 세워진 흙으로 지은 광 ‘도조’를 개조한 창작요리 식당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는 일본요리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일품이라 하여 먹어보기로 했다.
‘구라요시’의 ‘쯔유 야키소바’의 최대의 특징은 수프다. 상질의 혼가쓰오부시로 낸 다시를 베이스로 간장 등으로 맛을 낸 담백한 일본식 수프가 들어간다. 여기에 야키소바의 소스가 베어 들면 깊은 맛이 나 한 번에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의 토핑이라면 파와 아게다마가 대표적이지만 새우튀김과 잎새버섯 튀김이 올라가는 럭셔리함도 ‘구라요시’의 특징이다. 일본식 수프와의 조합은 정통 소바를 연상시킨다. 후토히라멘은 쫄깃쫄깃해 나도 모르게 폭풍 흡입을 하고 있었다.
“모처럼 구로이시를 찾았으니 다른 별미도 맛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쯔유 야키소바 세트 ‘쓰가루’다. 해산물부터 나물까지 쓰가루의 산해진미를 만끽할 수 있는 이곳 최고의 인기 메뉴다.
폭풍흡입하고 싶어지는 일본식 수프와 풍성한 토핑에 대만족. ‘쯔유 야키소바 세트’는 예전에는 사전예약이 필요했지만 워낙 인기라 예약 없이도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부담 없이 들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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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요리 구라요시創作料理の店 蔵よし
- 주소 아오모리현 구로이시시 요코마치13
- 전화번호 0172-53-2111
[영업시간] 11:00~15:00 (L.O.14:30), 17:00~21:30(L.O.20:45)
[정기휴무] 수요일, 1월 1일, 8월 13일, 12월 31일
야키소바와 수프가 만나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맛으로 변신하는 것이 구로이시 쯔유 야키소바의 매력이다.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오기 힘든 블랙홀 같은 로컬 구르메를 꼭 현지에서 맛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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