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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에 다녀오다!

일본 위스키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에 다녀오다!

업데이트 날짜: 2020.09.04

상당히 오랫동안 양주를 마셔 온 58세의 교토 사나이가 간사이 위스키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의 견학 투어를 다녀왔다.

직접 인터넷으로 신청한 뒤 견학이 시작된 처음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를 낱낱이 소개한다. 참 흐뭇한 경험이었던지라 독자 여러분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다.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에 처음 방문한 것은 아마도 30년 전이었던 것 같다.당시 한 잡지사가 기획한 이벤트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찾은 지라야마자키 증류소 자체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이번에는 견학에 참여하기 위해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봤기 때문에 이때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된 셈이다.

금요일 14시 50분에 시작되는 코스를 선택

필자는 교토 나카쿄쿠에 살고 있고 직장은 시내에 있다. 그래서 예약을 하는 순간 ‘늦은 점심을 먹고 휘이휘이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한큐 가와라마치역에서 14시경에 전철을 타고 증류소 견학 투어를 마친 뒤 그대로 한큐선을 타고 오사카로 가면 도지마나 도톤보리에 있는 바에는 초저녁이면 도착하겠지.’하고 머릿속으로 궁리를 해 보았다.

드디어 견학 당일.

예상대로 시간을 보내고 한큐 오야마자키역에 당도해서는 ‘기차에서 내리면 작은 역에 마중나온 엄마와 아빠’, ‘추억의 그린 글래스’라는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리며 역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갔다. 역에서 나와서 걸어가는 방향은 휴대폰으로 지도 검색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잠깐의 산책 역시 견학에 대한 기대감을 살짝 고조시켜 주는가 보다.

드디어 산토리 공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느낌을 보라~. 위스키 냄새가 제대로 풍겨 오는 것 같지 않은가.
▲이 느낌을 보라~. 위스키 냄새가 제대로 풍겨 오는 것 같지 않은가.

쇼와 시절 산토리의 위스키 냄새가 나는 것 같다.사실 역에서 내려 이 풍경을 본 순간이 이번 여행의 클라이맥스였는지도 모른다.그 정도로 필자는 이 풍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기찻길을 건너 부지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포트 스틸 오브제가 나타났다.진부한 이야기지만 이 특이한 모양을 보면 아침 연속극 ‘맛상’이 떠오른다.

눈을 들어 위로 올려다 보니 ‘야마자키’라는 글자와‘산토리’로 보이는 알파벳,산을 배경으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벽돌 색이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접수에서 투어 예약을 했다고 전하자아주 친절하고 싹싹한 담당자가 예약 내용을 확인한 뒤 입관증을 건네주었다.어린 시절부터 산토리를 동경했던 지라왠지 가슴이 벅차 올랐다.

▲눈앞으로 텐노산이 펼쳐졌다.
▲눈앞으로 텐노산이 펼쳐졌다.

접수를 마친 뒤 투어 출발 지점까지 걸었다.어떤 사람들이 모였을까 생각하며…투어를 마치고 귀가 길에 오른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여행의 시작이야말로 여행의 묘미

여행의 시작이야말로 여행의 묘미

어디를 봐도 ‘THE 위스키’라는 느낌.이 말은 곧 어느 각도에서 봐서 제대로 된 그림이 될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말이다.
비주얼과 애주가로서의 경험에 비추어 장담한다.
위스키의 매력은 오감으로 훅 하고 들어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산토리가 위대한 이유다.

점점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지는 것은 나만일까?

한큐 전철을 탄 뒤 신문을 읽어도 머리 한 구석에서는‘취하고 말 것인가..오늘도’라는 노래 구절이 떠올라 살짝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건...우울한 것도 아니고 우울하지도 않은 것도 아닌 기분. 술은 좋아하지만 취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몇 잔이나 마시다 보면 당연히 취하게 되는 날이 있는 것 뿐.

이런 생각을 하며 문을 열고야마자키 위스키관으로 들어갔다.

위스키관에 들어가자 갑자기 통 안의 술이 보이도록 만들어진 전시물이 있었다.

숙성하는 세월과 함께...

나 같은 사람은 감히 생각도 못할 구절이다.

특히 ‘천사의 몫’이라는 구절은 나한테는 절대 무리다.그런 상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나라면 아마도 ‘줄어든 만큼 술 맛이 깊어졌다는 증거’와 같은 그렇고 그런 표현 밖에 생각할 수 없겠지.

이것을 보고 이 술통 속에 몇 병이나 되는 위스키가 들어 있을지 상상해 본다.필자가 지금까지 마셔 온 위스키의 양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많을까.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여행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마치 소풍이 시작되기 전 공부라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애꿎게도 이런 뜬금없는 생각이 든 것은투어가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다.

▲술 통을 구성하는 소재와 통을 만드는 도구
▲술 통을 구성하는 소재와 통을 만드는 도구

통의 구조에 대해 열심히 들여다 본다.케모노(야채 절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통하면 일가견이 있다.거의 매일 삼나무 통을 만질 일이 있다.참 통이라는 게 보통 잘 만들어진 게 아니다.

▲숙성되기 전 술이나 위스키를 만들 때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도 전시되어 있다.
▲숙성되기 전 술이나 위스키를 만들 때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도 전시되어 있다.
▲이 나무통 발효조의 금속제 테에 해당하는 부품의 나사를 보고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나무통 발효조의 금속제 테에 해당하는 부품의 나사를 보고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거참, 잘 만들어졌다.이건 아름답다고 할 밖에.

금속 장식을 자세히 보면 ‘일본목조(日本木槽)’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볼트를 조이면 테가 꼭 조여지는 식이다 삼나무 통에는 대나무로 만든 테가 둘러져 있는데 케모노 가게에서는 통도 거칠게 다루다 보니 테가 쉽게 빠진다.

응급 처치식으로 굵은 번선(열처리한 철선)을 통에 감아 조이기도 하는데 이 작업이 여간 수고로운 게 아니다. 하다 보면 너무 세게 조이게 되서 통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봐도 참 아름다운 부품이다.이걸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이번에 온 보람이 있었다. 투어 참가비 1000엔(세금 포함) 중 이 부품을 본 것 만으로 충분히 300엔의 값어치는 한 것 같다.

아직 투어는 시작되지 않았다

아직 투어는 시작되지 않았다

야마자키 위스키관의 전시물을 보면서 투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큰 통 모양을 한 방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양주 병이 죽~ 진열되어 있다.

‘로얄’, ‘히비키’, ’야마자키’……산토리 위스키 중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스카치도 많이 진열되어있다. 산토리가 취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사 제품이 아닌 위스키가 진열되어 있다는 사실에 왠지 마음이 흐뭇해졌다.

왜?. 아마도 현대 사회에는 각박한 상황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애주가들은 이런 사실에 제법 눈치가 빠른 편이다.

도대체 왜?

애주가들은 인색하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에 바로 반응을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얼마 전에는 와이프한테 ‘간사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나중에는 ‘코시긴(구소련의 수상 1964~1980년 재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게 바로 위스키, 위스키, 위스키다. 점점 언더락으로 한 잔 마시고 싶어졌다.

‘언더락은 일본에서 탄생한 최고의 발명’

이라는 논문을 전에 쓴 적이 있어 잠깐 소개한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언더락이라는 술이 일본에는 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위스키 하이볼의 인기가 높아져 필자가 좀 곤란해졌다. 언더락으로 벌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히 나는 일본의 언더락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술은 바로 위스키 언더락이 아닐까. 그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우선 첫 번째는 맛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술이라는 점이다. 이건 다른 술이나 칵테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맛이 좋은 술도 좋지만 별로 맛이 없어도 되는 게 이 언더락이라는 술이다. 한밤중에 호텔 방에서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엽차처럼 변해 있는 경우는 논외로 치더라고 눈 앞에 있으면 일단 마시면 되는 것이 바로 언더락이라는 존재다.

두 번째는 오랫동안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저녁부터 새벽 2시까지 김리트를 마시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2시간이 한계다. 위가 버텨준다 해도 머리가 받아들여 주지 않고 지갑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언더락으로 마시면 저녁부터 새벽까지 계속 마실 수 있다. 보틀째로 킵해 주는 바라면 훨씬 더 싸게 마실 수 있고 가요주점 같은 곳에서라면 노래를 몇 곡 부르던 항상 언더락이 곁에서 함께 해 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언더락의 가장 대단한 점은 세포끼리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잔을 입을 대는 순간 잔과 내가 이어지고, 테이블에 놓여진 손과 바의 카운터가 이어지고,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미인들과도, 머들러를 들고 있는 마스터와도, 백 바에서 전부 이어져 있다. 언더락의 정체는 이른바 전도사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가게, 시간을 마비시키고 중화시키고, 시공을 초월한 다리 역할까지도 한다. 위스키에 물을 넣었을 뿐인 최고의 술이 이곳 일본에는 존재한다. 아니 존재했다. 아~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최고의 언더락이여~ 하이볼의 기세를 물리쳐라. 그렇지 않으면 캔에 담긴 시판용 언더락이 곧 멸종될지도 모른다.

(잡지 ‘dancyu’ 프레지던트사 간행 2013년 10월호에서)

▲‘각진 병’(사진 왼쪽)이 등장한지 올해로 80주년
▲‘각진 병’(사진 왼쪽)이 등장한지 올해로 80주년

십대 시절부터 산토리 광고를 동경했다.

‘간지’가 뭔지 알려 준 것 역시 산토리 광고였던 것 같다. 특히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서 간지가 뭔지를 배웠던 것 같다.잡지 광고나 신문 광고에서는 전해지는 않았다.

1960년대 후반 필자가 십대이던 시절 텔레비전 광고 중에는 멋진게 많았다.큐피, 시세이도, 코카콜라, 도요타, 닛산, 일본전매공사(현 JT=일본담배산업) 등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산토리는 특별했다.

선전부가 담배 연기로 너구리굴이 되던 시절이었다.

SUN-AD, 라이트 퍼블리시티, K2등 광고제작사와 덴, 하쿠호도와 같은 광고 대행업체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산토리(1962년까지는 고토부키야)의 선전부에 가이코 타케시, 야마구치 히토미와 야나기하라 료헤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스무 살 전이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광고가 시대를 견인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야마자키의 이 광고가 등장한 것은1990년대 초였던 걸로 기억한다.

광고가 발표되고 2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카피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사진과 디자인 모두 퀄리티가 정말 뛰어나다. 병 뒤에 잔이 있는 구성도, 톤도 정말 근사하다.

아무 것도 더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빼지 않는다.

잠시 후 ‘몰트는 잠든 것이 아니다’ 는 멘트. 참 제대로다! 일본은 행복하다.

▲쇼와를 풍미했던 역대의 명주들
▲쇼와를 풍미했던 역대의 명주들

아직 투어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나의 투어는 이미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정도로 나는 산토리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

‘토리스’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일은 잘 모르지만 ‘산토리 올드’의 전성기는 잘 안다.

어느 술집에 가도 백 바에 이 ‘검은 색 달마’가 빽빽이 진열되어 있었다.

드디어 출발 시간이 왔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계신가 하면 혼자 온 젊은 여성 분도 있고
외국인 커플, 7~8명 정도의 그룹도 있었다. 이러한 다양성 역시 어딘가 위스키와 잘 어울린다.

투어를 안내해 주는 위스키관 담당자의 미소를 보니 투어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나도 모르게 자꾸 설렌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마 나만은 아닐 터.
▲나도 모르게 자꾸 설렌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마 나만은 아닐 터.

먼저 위스키를 만드는 물과 보리에 대한 이야기.

보리를 발아, 건조시켜 맥아로 만든 뒤 물과 함께 전용 통으로 옮겨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제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이라 왠지 설레었다. 곡선과 직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금속 탱크.

나무 통으로 만든 발효조. 목재는 역시 안심이 되는 소재다.

그건 바로 인간인 우리와 같은 생물이라서가 아닐까.

나는 앞으로도 살아있는 것들의 전도사로서의 소임을 다 할 것이다.

▲술이 만들어지는 느낌이 오감으로 전해진다.
▲술이 만들어지는 느낌이 오감으로 전해진다.

교토 니시키 시장에서 케모노 가게를 운영하는지라 필자는 ‘발효’라는 말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케모노 역시 발효 식품이고 변화가 가장 큰 양념이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후르즈케에 대해 전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오래 묵은 후르즈케는 구부러지지만 그 시간이 짧은 아사즈케는 부러진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케모노는 잘 발효한 누카즈케로 적당히 새콤하게 절여진 오이와 가지, 무의 후르즈케다. 특히 색이 칙칙해진 오이 케모노를 좋아한다. 얇게 썰어 생강과 간장을 곁들여 먹는다. 도둑이 따로 없다. 니시키 시장 앞에서 항상 겨가 들어 있는 통 위에 케모노를 잔뜩 쌓아 두고 장사를 한다. 케모노만 사러 오는 현지 손님들도 많다. ‘이집 후루즈케는 옛날 맛이 나서 참 맛이 좋아요’라는 손님들의 칭찬을 들으면 가게 직원들과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아 갑자기 얘기가 딴 길로 샜다.

후르즈케는 시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아사즈케의 맛은 소금과 발효된 겨가 담긴 항아리 속에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만들어진다 아사즈케의 맛은 변하기 쉽지만 후르즈케가 되어 버리면 신맛이 날 뿐 쉽게 그 맛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사즈케는 부러지지만 후르즈케는 구부러진다. 후르즈케는 노인들도 먹기 편하다.
(밧키 이노우에 ‘교토 가게 특선 비록 당신이 가지 않아도 가게의 불빛이 빛나고 있다.’140B간에서 발췌)

▲여기저기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어느새 줄 맨 끝에 남겨졌다.
▲여기저기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어느새 줄 맨 끝에 남겨졌다.

투어가 시작되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다

사실은 제대로 메모를 하고 싶었지만 마음 속 한 켠에서 나이 값을 해야지 하는 목소리가 내 손을 만류했다.

드디어 증류 코너에 도착했다. 그리고 포트 스틸.

아침 연속극 ‘맛상’에서는 사가와 미오가 이 포트 스틸을 만드는 제작소 사장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속에서도 ‘야마자키’는 등장했다. 미 신이치가 맡았던 상인 가모이 신지로(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가 모델)도 활달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떠돌아 다니는 사이 투어는 계속 진행되었다.

증류되어 나오는 것이 알코올 농도가 높은 무색 투명한 몰트 위스키다.

투어 시작 후 이제 겨우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지점에 왔을 뿐인데
점점 더 마시고 싶어진다.

나는 무심코 영화 ‘203고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왜 이 생각이 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러려니 할 밖에.

▲애주가들은 세상의 과학자이기도 하다.
▲애주가들은 세상의 과학자이기도 하다.

위스키를 많이 마셔 왔지만 어떤 위스키가 어떻다 저떻다 하면서 까다롭게 군 적은 없다.

그것보다는, 어떤 술이냐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시는 지가 중요했다.

그렇긴 하지만 적당히 맛있는 위스키가 없으면 안 되었다.

증류 솥의 멋진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술꾼이 투어객에 몰래 숨어 든 상황이라고 할까. 마치 스파이같다.

Aging. 에이징이란 말에서 왠지 고단함이 느껴진다.

저장이라고 표기된 아래에 Aging이라고 적혀 있었다. 증류된 술을 숙성시키는, 위스키의 맛을 좌우하는 공정이라고는 하지만 ‘에이징’은 글쎄…친절하게 설명을 듣긴 했지만…

콘크리트 저장고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로 큰 술통.

이 하나 하나의 통 속에서 위스키가 조용히 숙성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통도 그 안의 위스키도 왠지 ‘참 좋은 녀석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에는 연호가 각인되어 있다. 아마 세워 둘 때의 기준같은 것이 있겠지만 슬쩍슬쩍 곁눈질로 본들 어떤 기준인지 잘 모르겠다. 왠지 오래된 순으로 세워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투어로 다 같이 돌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아마 이 저장고 안을 둘러 보면서 왜 이 순서인지… 어떤 기준으로 세워 두었지를 알 수 있을 때까지 이 저장고 안에 있고 싶었다.

그렇다고 안내해 주는 여성 스태프에서 물어보기도 왠지 민망했다.

점점 술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이 술통들을 보았을 때 몇 명이 몇 년 동안 마실 수 있는지를 계산해 봤다.
▲이 술통들을 보았을 때 몇 명이 몇 년 동안 마실 수 있는지를 계산해 봤다.

술통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보면 볼 수록 귀여운 매력이 있다.

이 저장고를 빠져 나가자 연못이 나왔다.

어두컴컴한 저장고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눈이 부셨다. 생각했던 것과 달라 좀 의외였다. 역시 산토리다. 참 센스가 있다고 다시금 느꼈다.

다음으로 신사가 나왔다. 이때는 투어를 안내해 주는 분과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제일 뒷줄에서 가고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설명이 잘 안 들리는 상태였다.

그래서 신사의 이름과 내력 등은 지금도 모른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뭐 어떠랴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 신사에 대해 살짝은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이오 신사나라 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신사로 도리이 신지로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폐허가 되어 가던 신사를 부흥시켰다고 한다. 또 도리이 (신사 입구에 있는 기둥)의 형태는 ‘산토리 로열 12년’ 병 마개를 모티브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산토리와의 일화도 많이 얽혀 있는 신사다.

공장에서 출발 지점인 야마자키 위스키관으로 오는 길에 동상이 있었다.

무심코 “해 보라, 보라.”라고 중얼거렸다.

동상은 아마도 도리이 신지로(왼쪽)과 사지 케이조인 것 같다. 가까이서 본 게 아니라 확인은 못했지만 동상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해 보라, 보라.”는 야마구치 히토미와 가이코 타케시가 쓴 산토리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문고판으로도 출판되었다. 표지 그림은 물론 야나기하라 료헤이가 그렸다.

그야말로 술을 사랑스럽게 보이게 하는 즐거운 책이다.

위스키관으로 돌아오니 좋은 냄새가 났다

드디어 시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급식 시간이 됐을 때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급식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급식 당번이나 싫어하는 반찬같은 것은 희미하게 기억난다. 사실은 더 오래 기억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6명이나 8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여러 개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드디어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한 잔 주는구나!

좀 뻔뻔스럽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들어갔다.

각자 안내된 자리에는 시음 세트가 놓여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먼저 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참을성 있게 설명을 잘 듣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드디어 테이스팅 시작이군. 난 사실 테이스팅을 별로 안 좋아한다.
▲드디어 테이스팅 시작이군. 난 사실 테이스팅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앗, 초콜릿이다!”

초콜릿을 발견했을 때는 정말 입 밖으로 말이 튀어 나왔다. 나는 위스키를 마실 때 초콜릿을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다. 특히 쌉쌀한 초콜릿은 평소에도 좋아하는 편이라 야마자키 증류소의 이름이 적혀있는 초콜릿을 본 순간 기대가 되었다. 분명 위스키와 아주 잘 어울리는 맛으로 준비했을 테니 말이다.

하이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언더락을 좋아하는 나지만 오늘은 하이볼을 마시고 싶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사랑을 담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계속 알려주는 방법대로 마셨다.

잔에 얼음을 많이 담는다. 우선 위스키를 넣고 잘 섞어준다. 얼음이 약간 줄어들면 얼음을 채운다. 소다를 더한다. 세로로 한 번만 섞어준다.

됐다, 됐어. 시키는 대로 만들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이제부터는 나도 하이볼파가 되어 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보라, 이 하이볼을. 정말 끝내주게 맛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 소다 맛도 일품이었다. 얼음 역시 최고였다. 회장 안 분위기도 근사했다.

얼음이 많이 녹았다. 아주 조금밖에 안 마셨는데 살살 녹을 것 같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분들도 말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아주 느낌이 좋은 분들 뿐이었다.

▲아주 상냥하게 웃어 주었다!!
▲아주 상냥하게 웃어 주었다!!

나는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투어가 끝나면 도지마에 갈까, 도톤보리에 갈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왠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좀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좀 전 회장 안을 돌아 보았다.
▲좀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좀 전 회장 안을 돌아 보았다.

이로써 오늘 투어는 끝이 났다. ‘산토리, 즐거웠다’라고 속으로 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잰 걸음으로 한큐역으로 가서 집에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서 전차를 탔다.

그날 밤은 제법 고단한 여정이 계속되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
    サントリー山崎蒸溜所
    • 주소 오사카부 미시마쿤 시마모토초 야마자키 5-2-1
    • [투어 시작일]연말연초 공장 휴업일을 제외한 매일
      [소요 시간]약 80분
      [참가비]1000엔(세금 포함)
      [대상] 20세 이상
      ※예약 필수.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075-962-1423 (접수 시간 9:30~17:00)
      일본어HP:https://www.suntory.co.jp/factory/yamazaki/
      영어 HP:https://www.suntory.com/factory/yamazaki/

      ※투어 안내는 일본어만 제공. 제조 공정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Text by:140B

※기사공개 당시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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